지우개 따먹기 법칙
▶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 『지우개 따먹기 법칙』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뒤집는 유쾌한 이야기
아동청소년문학 전문 출판사 ‘푸른책들’은 지난 2003년부터 ‘푸른문학상’ 공모를 마련하여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의 미래를 열어 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있는데, 최근 10년 동안 이룬 아동청소년문학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함께 ‘푸른문학상’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아동청소년문학의 층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제8회를 맞은 ‘푸른문학상 공모’에서는 다양하고 개성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작품들이 대거 응모되어 여느 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었는데, 지난해 11월에 출간된 김선아 외 6인 동화집 『도서관 길고양이』와 김인해 외 2인 청소년소설집 『외톨이』, 이정인 외 4인 동시집 『빵점 아빠 백점 엄마』, 김선정 장편동화 『최기봉을 찾아라!』에 이어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인 『지우개 따먹기 법칙』이 최근에 출간되면서 여느 해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들이 비로소 완간되었다.
450편이 넘는 ‘새로운 작가상’ 부문 응모작 중에서 당당히 수상의 영예를 안은 『지우개 따먹기 법칙』은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유쾌한 에피소드로 엮은 동화로,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낚아챈 이야기가 삶의 철학과 어울려 이채를 띠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박진감 넘치는 탄탄한 구성과 간결하면서도 구성진 문체,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의 몸짓은 아이들의 일상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낸 곳곳의 유머러스한 장치들과 더불어 독자들로 하여금 ‘지우개 따먹기’ 현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 슈웅 차라랍, 책상 위에서 지우개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
-아이들에게 관계의 의미를 곰곰이 성찰하게 하는 동화
꼬질꼬질 때 묻은 얼굴에 구린내를 풍기는 입, 아무 때나 콧구멍을 후비고 팬티에 똥까지 싸는 김상보지만 지우개 따먹기 놀이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지우개 따먹기 대장’이다. 반에서 제일 공부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는 준혁이가 도전해도 상보한테는 어림도 없다. 상보에게 지지 않으려고 매일 기를 쓰며 도전을 청하지만 준혁이가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상보가 비장의 카드로 간직하고 있는 ‘지우개 따먹기 법칙’ 때문. 작가는 열 가지 지우개 따먹기 법칙을 각각의 에피소드에 녹아내며 유쾌하게 그리고 있는데, 『지우개 따먹기 법칙』의 묘미는 바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때론 상대의 지우개를 따기로 하고 때론 내 지우개를 잃기도 하는 지우개 따먹기 놀이가 우리의 일상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데 있다.
축구는 열한 명, 야구는 아홉 명이 뛰는 것처럼 지우개 따먹기도 둘이 해야 재미있고, 모든 경기에서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할 때에도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딴 지우개를 일부러 발로 밟거나 창문 밖으로 던져서는 안 되고, 태권도 선수와 권투 선수도 체급이 있듯이 지우개 따먹기도 크기가 비슷한 상대끼리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상보는 이렇게 정한 나름의 법칙으로 준혁이의 도전에 맞선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 5 - 납작한 지우개는 피한다’로 시작하여, ‘지우개 따먹기 법칙 1 -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것’ 등을 통과하여, 마침내 ‘지우개 따먹기 법칙 10 - 지우개 따먹기를 할 때 상대는 나의 친구이다’에 도달하기까지 열 가지 법칙이 뒤죽박죽 나열되면서도 일상의 에피소드와 절묘하게 결합되며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아이다운 사유로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온몸을 짜릿하게 하는 상보와 준혁이의 지우개 따먹기를 보면서 함께 흥분하고 공감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지우개 따먹기를 통해 상보와 준혁이가 진정한 친구가 되어 가는 것처럼 내 옆에 있는 친구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그 친구와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이 동화는 늘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매일 일어날 법한 유쾌한 에피소드 속에 관계의 의미를 옹골찬 씨앗으로 심어 놓은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 동화’라 할 만하다.
▶ 주요내용
아빠와 단둘이 사는 상보는 이도 잘 안 닦고, 아무 때나 콧구멍을 후비며 구린내를 풍기는 아이지만 반에서는 지우기 따먹기 대장이다. 무엇이든 일등만 하는 준혁이는 늘 상보에게 도전하지만 매번 지고 만다. 어느 날, 상보는 아빠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학교를 빠지게 되고 준혁이는 그 틈을 타 손바?만 한 맘모스 지우개로 반 아이들 지우개를 몽땅 따먹는다. 다시 학교에 나온 상보는 준혁이의 맘모스 지우개와 겨루지만 하나, 둘 잃고 만다. 상보는 마지막으로 홍미에게서 딴 무지개 지우개로 다시 도전하고, 맘모스 지우개의 약점을 알아낸다. 드디어 상보는 준혁이의 맘모스 지우개를 따게 되는데, 준혁이는 삼촌 지우개였다며 다시 돌려달라고 말한다. 상보는 자기가 힘들게 딴 지우개를 돌려주고 싶지 않지만 힘없이 돌아서던 준혁이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결국 상보는 ‘지우개 따먹기 법칙 10-지우개 따먹기 법칙을 할 때 상대는 나의 친구이다’를 지키기로 마음먹고, 준혁이에게 맘모스 지우개를 다시 돌려준다. 둘은 지우개로 진정한 친구가 된다.
▶ 책 속으로
금방 똥이 나올 것 같았다. 입술을 꽉 깨물고 점보 지우개의 뒤쪽을 세게 눌렀다.
그런데 아뿔싸! 점보 지우개는 굴러서 불가사리 지우개 옆에 가서 딱 붙어 버렸다.
“으으!”
이건 준혁이에게 ‘내 지우개를 가져 가십시오.’ 하는 것과 똑같다. 준혁이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얼굴을 지우개에 바짝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불가사리 지우개를 꾹 눌렀다. 불가사리 지우개는 내 점보 지우개 위로 폴짝 올라섰다.
“KO승이다!”
“악!”
너무 놀라서 소리치는 순간 ‘뿌직’ 하고 말았다. 나는 두 손으로 엉덩이를 감싸고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때 선생님이 오셨다. 뒤에서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보가 똥 싼 것 같아요.”
“크흐하하하하.”
- 본문 50~51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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